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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이 필요한 순간』- 4차 산업혁명 시대, 현대인에게 필요한 수학적 사고

라이프보스 2020. 7. 28. 00:40


[서문]

 

몽환적인 책 표지, 책을 펼친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고 몽롱해진다. 

개발자들과 이야기 할 때 종종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한다.

 왠지 개발자의 뇌는 '이과 식사고=컴퓨터식 사고=논리 정연=원인과 결과가 분명'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태생이 문과인 나에게 '이과의 뇌'는 뭐랄까 탐나는 그런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수학적 사고'라는 개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과의 뇌는 수학적 사고로 똘똘 뭉친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할 무렵, 이 책이 눈에 들어왔고

'문과생들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수학책'이라는 문구를 믿고 선택하였다.

그리고 인플루엔셜 편집부의 서문에 완벽하게 낚였다.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지 한 장을 넘기기가 벅찼던 순간이 많았다.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부하가 걸리면 그걸 건너뛰고 싶어 합니다.

생각을 깊게 해야 할 때 도망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민형 교수의 강의는 그 순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더 천천히 쉬운 말로 하는 것 같지만, 더 깊게 끝가지 사고하게 만듭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아주 쉽게 이해되는 강의는 아니어도,

직관적인 사례와 정교한 논리를 통해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키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수학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자라는 의지와 엉덩이 힘으로 어찌어찌하여 끝까지 읽었다. 

"쉽진 않지만" 그래도 순수하게 지적 탐구를 하고 싶은 이에겐 안성맞춤일 듯 싶다.

계산에 국한된 수학이 아닌 수학적 사고와 수학 언어를 탐구하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 핵심 키워드

① 수학적 사고에 대한 오해 

당장 '답'이 없더라도 답의 가까운 근사치(approximation)에 다가서기 위해 탐구하는 것

 수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사고의 결합

연산,확률,알고리즘 등 수학이 일상인 삶

수학적 방법론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 SUMMERY (본 것)

[수학적 사고란 무엇인가?]

수학을 떠올리면 '복잡한 증명'이나 '어려운 논리'가 먼저 생각난다. 혹은 '수를 계산하는 것'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수학은 '수'를 사용한 특별한 사고 과정이라고 여겨지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저자는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① 페르마의 원리 ② 데카르트의 좌표계 ③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면서, 이 위대한 발견들이 수학적 사고의 결과물이며, 이론의 탄생 그 자체가 아닌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하여 설명한다.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은 마치 바톤을 넘기듯 의문에 답을 내고 난제를 남겼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써 그때마다 필요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가며 점점 명쾌한 이론을 전개해나갔다."

 

즉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에게 익숙한 '확률'개념과 사고방식이 고대인들에게는 매우 복잡하고 이해되지 않은 개념이었다. 우리는 네이버 날씨에 비올 확률 20%,50%,70% 수치를 보며, 비 올 확률을 예측한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연산, 확률, 좌표의 개념은 고대 사람들에겐 난제였으며, 포기하지 않고 이론으로 정립한 결과이다.

 

[철학에 수학이 필요한 순간. 답은 없어도 좋다. ]       

                                                                                                                            

수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질문이더라도 '수학적 관점'으로 생각하면, 철학적 질문도 수학이 필요한 순간과 만난다. 하이드파크에서 10명이 살해되었다. 이 일은 큰일일까? 아닐까?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안 되겠지만, 수만 명을 죽음으로 몰 수도 있었던 테러를 막는 과정에서 10명이 희생되었다면?이런 윤리적인 판단 속에도 수학의 확률이 작동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대표자를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나라마다 다양한 선출법이 있다. 어떤 선출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투표 결과가 판이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과연 대표자를 뽑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존재할까?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답은 없다' '완벽하게 좋은 방법'은 없지만,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다 제한적인 조건에서 끊임없이 이해하고, 질문하고 '좋은 방법'에 다가가기 위해 탐구하는 것이 수학적으로 중요하다. 위대한 3대 발견이 이렇게 탄생한 것처럼.

 

 

■ UNDERSTANDING (깨달은 것) 

[4차 산업혁명 시대 - 인간에게 필요한 수학적 사고]

이 책은 저자인 김민형 교수가 '수학'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강의 내용을 대화로 엮은 것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쉽게 이해되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윤리적, 철학적 문제도 수학적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특히 수학적 관점에서 사회문제에 관해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인간이 아닌 이제 AI가 판단할 수 있고 판단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비서 등)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떻게 'GO'와 'STOP'을 판단할 것인가. 기계가 판단하는 과정은 사실상 사람들이 수많은 경우의 수를 프로그램화시켜두고, 빠르게 알고리즘을 돌리며,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 행동해야 할 '패턴을 찾는 것'에 가깝다. 기계가 판단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그 이면엔 인간의 의사결정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 ,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짐과 동시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기계가 과연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질문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인간에게 있다. 올바른 질문이 올바른 답을 찾게 만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좋은 질문(문제의 원인을 지적하고 해결하고자 던지는)을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기계적 연산은 '기계' / 새로운 가치와 관점을 만들어내는 연산은 '인간' 이렇게 분업화하는 시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생각한다.

 

[수포자인 문과생이 '수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순수한 지적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저자의 바람에 비추어, '독자인 내가 왜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나?'라는 고민을 했다는 점이 저자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깨달은 점이 있다. 나는 수. 포. 자이지만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수학은 '수를 계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2년의 학창 시절 동안 내가 배운 수학은 그랬다. 단 기간 내 많은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나는 '셈'이 느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 지식을 배울 때,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 "묵사발(최애 별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가정하면

1) 묵은 어떻게 만들지?

2) 도토리는 어떻게 생겼고?

3) 도토리나무는 어디에서 자라며?

4) 묵사발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등 폭넓은 호기심으로 궁금한 영역들이 확장되며, 하나씩 다 파헤쳐봐야 하는 스타일이다.

 

이게 내가 지식을 탐구하는 방법이다. 이런 스타일의 지적 탐구를 하는 나에게, 수백 시간의 수학 이수 시간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교육과 참 맞지 않았구나를 깨달으며 수학 시간에 잠만 자던 나의 학창 시절이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웠다.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늘 '공식'을 암기시켰다. 나에게 맞는 지적 즐거움과 지적 탐구 방법은 '공식 암기'가 아니라, 왜 그런 공식이 만들어졌는 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줄 분들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분들은 대한민국의 수능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인기가 없었다. 늘 인기가 좋았던 수학 선생님들은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 답을 잘 골라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족집게 선생님이었다.

 

탈무드에서 '물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수학적 사고를 하는 방식도 이와 같은 것 같다. 자연현상이든 사회현상이든 '탐구'하고 싶은 대상이 생겼을 때, 진득한 여유를 갖고 사색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답은 없어도 괜찮으니,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즐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