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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교육/북리뷰

『서평』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을지로 골목을 누비고 싶은

by 라이프보스 2020. 11. 19.

 

별점 ★★★★

프랜차이즈 가게로 줄 선 넓은 대로변의 「000길」이 아닌, 좁고 간판이 없더라도 개성 있는 가게가 넘치는 을지로 골목을 가고 싶게 만든 책.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는 '다양성'과 '소통'이다. 기호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그 안에서 소통을 한다. 소비와 유통을 통해 타인과의 연결, 소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면 '계산적'인 행위로만 느껴졌던 화폐를 통한 모든 거래가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책은 온라인 거래, 프렌차이즈 가게들 속에서 개성 넘치는 작은 가게를 보존하기 위한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다. 가게마다 서사가 담겨있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교토의 골목을 여행하고 싶다.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책 관련 아이템이 모여 있는 셀렉트 숍)

 

 

이 책은 저자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시장으로 위협받는 작은 동네 서점을 보존하고 성장시킨 노력과 그의 철학과 경영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는 사양 산업이라고 치부되는 출판업계 작은 서점에서 근무하며, 작은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단순히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게 아니라 작은 서점을 통해 거리를 변화시키는 톡톡한 역할을 해낸다. 더불어 개성있는 가게들이 소개하며, 동네에 개성있는 작은 가게들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작은 가게 점주들의 경영철학과 가게 운영 방식을 보는 것도 책의 큰 재미요소다. 간혹 '이렇게도 가게가 운영될 수 있구나'하며 신기했고, 교토 여행을 간다면 꼭 가고 싶은 장소로 찜했다. 저자를 통해 처음으로 골목의 작은 가게들의 가치를 배웠다. 늘 최저가, 대형마트를 선호했던 '가성비 만능주의'였던 나의 소비에 반성한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에 담긴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작은 가게’의 존재 의의와 가치를 재발견하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양 산업이라 불리는 동네 서점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비합리적인 ‘기호품’을 판매하는 가게의 존재 의의를 다시 확인해 보고자 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바뀌어 버리는 언론의 최신 유행을 좇기보다는 내가 신뢰하는 개인 점포의 현장을 재발견함으로써 동네 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이치조지(一乗寺駅)는 번화가에서 떨어진 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토의 작은 동네이다.  '게이분샤이치조지 점'은 동네의 작은 서점이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 10’에 이름을 올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온다는 이 작은 동네서점의 매력이 무엇일까?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은 동네 소통의 구심점이다. 비단 서점의 역할만이 아니라, 미술관이자, 생활관, 만남의 장소로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교류를 이끌어내며 동네와 함께 성장했다.

 

가게들은 획일화된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각자 철학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내었고, 주인장들은 그곳을 찾는 손님들과 교류하며,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애정으로 그 가게들을 방문했다. 거리와 작은 가게들은 특별하지 않지만 일상의 배경으로 충분했다.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아도, 개성 있는 가게들이 뿜어내는 존재감과 점포 안에서 주인장과 손님들이 대화는.. 사람이 함께 교류하며 만들어내는 일상의 소소한 따뜻함을 보여주었다. 「공존, 다양성, 교류, 인간미」 단어들이 절로 머리를 가득 채운다. 거리에는 상점들은 모두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https://unsplash.com/photos/BJ3g2Ck2WfE

사고파는 행위가 단순히 '돈을 쓰고 돈을 버는 것' 이상인 상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다. 통신사 할인이 되지 않고, 1+1 혹은 2+1도 없고, 할인도 없고, 포인트 적립도 없는 작은 가게를 구태여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는 '가성비'를 제1의 가치로 삼아 소비하고 있지 않을까? 당신은 소비할 때, 기준이 있는가? 단순히 최저가를 지향하는 가? 개성을 중요시하면서도 사실 우리의 일상은 대중적인 상품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같은 것을 소비하며 살고 있는 지 모른다. 동네 풍경이 점점 "GS, CU, 세븐일레븐" 같은 상호의 간판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 편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네의 특색이 없고 모든 거리의 풍경이 비슷해보여서 아쉽기도 하다.

 

가게란 결국 상품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 사람 간의 교류가 일어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가게라는 공간은 그저 번성하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장소를 개방하고 그곳에 모이는 손님에게 무언가 길을 제시하는 것도 가게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중 한다. (/ 본문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걷고 싶은 거리는 어떤 공간이고 무엇으로 채워져있나를 생각해보았다. 걷고 싶은 거리는 딱히 생각나지 않지만, 피하고 싶은 혹은 가고 싶지 않은 거리들이 먼저 떠올랐다. 거리의 테마가 없어 보이는 곳, 다양한 가게들이 한 데 이루어져 엮여 있는 느낌이 아니라 전부 따로따로 이어서 일체감이나 소속감을 느끼기 힘든 공간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획일화된 건물 모양들과 획일화된 상품을 파는 가게들에서 특별함을 찾기란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거리의 작은 가게는 단순히 사고  파는 행위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화 공동체 공간이자, 지역 문화가 발상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작은 가게의 가치를 되새기며, 동네의 애정을 담은 가게를 찾아 나서고 싶다.